Finance

은행시스템의 현실적 작동원리와 SVB 파산 경과의 재구성 / 유승경 (2023)

steloflute 2024. 5. 15. 22:21

No.24: 은행시스템의 현실적 작동원리와 SVB 파산 경과의 재구성 / 유승경 - [재단법인 바람]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alternative.house)

 

SVB의 파산 경위에 대한 대중매체들의 설명은 “은행이 예금을 받아서 대출하는 금융중개기관”이라는 통념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은행들은 수동적인 금융중개기관이 아니라 신용창조(대출)를 통해서 화폐를 창조하는 능동적인 기관이다. 따라서 ‘예금이 대출을 낳는다’는 통념과 달리 현실에서는 ‘대출이 예금을 낳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SVB가 “늘어난 예금으로 수행한 국채 투자의 실패로 파산했다”는 일반적인 진단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SVB는 이번 사태 이전에 대출과 투자가 부실화되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을 수 있다. 하지만 파산의 직접적 원인은 경영 부실에 있다기보다는 새로운 자본조달계획이 파산 가능성으로 와전되면서 일어난 예금의 대량인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금의 대량인출에 따른 은행 파산은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그동안 충분히 방지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매우 의외이다.

 

하지만 예금인출 사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부분지급준비제도의 내재적 모순이 우연적 계기를 통해서 드러난 시스템 결함의 산물이다. 고객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예금을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디지털시대에 부분지급준비제도는 매우 취약해졌다. 이런 점에서 미국 정책당국이 예금보험을 확대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이로 인해 은행의 고질적인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화되면서 또다른 시스템 위험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