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일당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계좌에 입금된 범죄 피해금을 범죄자에 전달했더라도 범죄 사실을 몰랐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경찰 등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것만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금융권도 이번 헌재 판결이 보이스피싱 재판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 헌재와 금융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청구인 서모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제소한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검찰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2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계좌번호를 넘긴 서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유예했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있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전과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범죄수사기록은 남는다. 이에 서씨는 검찰의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면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청구인이 계좌번호를 알려준 사실만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은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며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지난해 12월 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A업체에 취업했다. 그는 월급통장 명목으로 자신의 계좌번호를 A업체에 알려줬는데 이후 이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것이다. 서씨는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해 범죄자들에게 전달하는 인출책 역할도 했다. 이틀동안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 1753만원을 총 14회에 걸쳐 범죄자들에게 전달했다. 두번에 나눠 34만원의 일당도 받았다.
검찰은 서씨가 A업체 관계자들을 만나지도 않고 전화통화만으로 취업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이 수법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전형적인 형태로서 대학 교수까지 역임한 서씨가 모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총 14차례에 걸쳐 1753만원의 현금 배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점을 서씨가 최소한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검찰은 봤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수수하거나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서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유예했다.
그러나 헌재는 계좌번호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접근매체’가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접근매체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하기 위한 ID나 그 비밀번호, 혹은 그와 유사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단순한 계좌번호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계좌번호를 알려준 것이 전자금융거래법 상 접근매체 양도나 양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행위만으로 접근매체의 소유권 내지 처분권이 확정적으로 이전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헌재 결정은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계좌정보를 알려주고 인출책 역할까지 했어도 범죄 사실을 몰랐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라 주목된다. 금융당국과 경찰은 사기범의 말에 속아 본인 명의의 계좌 정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현재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될 경우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돼 각종 금융거래 제한을 받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향후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범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금융사 보이스피싱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판결”이라며 “전자금융거래법의 접근매체 양도·양수가 어디까지 해당되는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8/2017062802558.html#csidx295f58e48e6223883f0c8171570a039
그동안 금융당국과 경찰 등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것만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금융권도 이번 헌재 판결이 보이스피싱 재판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 헌재와 금융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청구인 서모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제소한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검찰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2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계좌번호를 넘긴 서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유예했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있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전과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범죄수사기록은 남는다. 이에 서씨는 검찰의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면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청구인이 계좌번호를 알려준 사실만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은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며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지난해 12월 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A업체에 취업했다. 그는 월급통장 명목으로 자신의 계좌번호를 A업체에 알려줬는데 이후 이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것이다. 서씨는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해 범죄자들에게 전달하는 인출책 역할도 했다. 이틀동안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 1753만원을 총 14회에 걸쳐 범죄자들에게 전달했다. 두번에 나눠 34만원의 일당도 받았다.
- ▲ 조선일보DB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수수하거나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서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유예했다.
그러나 헌재는 계좌번호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접근매체’가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접근매체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하기 위한 ID나 그 비밀번호, 혹은 그와 유사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단순한 계좌번호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계좌번호를 알려준 것이 전자금융거래법 상 접근매체 양도나 양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행위만으로 접근매체의 소유권 내지 처분권이 확정적으로 이전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헌재 결정은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계좌정보를 알려주고 인출책 역할까지 했어도 범죄 사실을 몰랐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라 주목된다. 금융당국과 경찰은 사기범의 말에 속아 본인 명의의 계좌 정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현재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될 경우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돼 각종 금융거래 제한을 받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향후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범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금융사 보이스피싱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판결”이라며 “전자금융거래법의 접근매체 양도·양수가 어디까지 해당되는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8/2017062802558.html#csidx295f58e48e6223883f0c8171570a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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